티스토리 뷰

이번엔 오랫만에 위아래로 내시경을 하기로 결정한지 두달이 지났다.


사실 대장 내시경은 태어나서 세번이나 해봤기 때문에 엄청나게 부담되진 않았지만,


역시 전날 먹는 관장약에 대한 부담은... 다신 안하고 싶다는 생각 X 1000



전보다 조금 좋아진건 레몬맛이 난다는 것.

원래는 맹물에 미원을 아주 잘 희석한 삼키기보단 구역질 나올 것 같은 것만 줬었는데 

레몬맛을 같이줘서 먹기는 수월했다.


사실 수월한거지 여전히 목넘기기 쉽진않다. 토하고 싶은 마음이 45% 참자는 마음이 55% 정도.


개인적인 Tip이라면 포카리스웨트를 옆에두고 

관장약 250ml 먹자마자 포카리를 한모금 먹어서 입을 헹구고 삼킨다.

아직까지 포카리 때문에 내시경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전날 밤 9시부터 세시간 정도 고생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또 3시간 정도 화장실을 들락날락 했더니 검진센터 갈 시간.



무사히 내 똥꼬는 문을 걸어 잠그고 쉽게 흘러내리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다른 검사를 하고는 드디어 내시경실에 들어가 누웠다. 

여긴 뭐랄까 최첨단 의학시설을 구비한 것 같이 생겼는데,

영화속 장면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로봇이 일하는 공장 같기도 하고 암튼 그렇다. 썩 좋은 기분은 분명 아니다.


입에 호스 연결부위를 물고 눈을 감았다.

어렴풋이 주사바늘을 통해 마취성분이 혈관을 타고 들어왔으리라.


그런데 잠시 있다가 정신이 번쩍든다.

헛구역질을 계속하다가 깨버린걸까. 서너명이 서있었고 밑에서는 대장쪽으로 뭔가를 넣었다뺐다 하는 것처럼 보였고

위로는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구역질하는 나한테 간호사?가 뭐라 한다.

어쩌란건가, 내 무의식이 내 몸이 이렇게 반응하는건데.


그렇게 한참 개고생하다가 비몽사몽 눈을 뜬다. 분명 잠이 깊이 들지 않았고 다 들렸다.

차트에는 수면제를 계속 추가로 투입한 기록이 있고, 제대로 마취가 안되었다고 아주 급한 날림체로 적혀있었다.

더이상 투약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는데... 나는 곰처럼 호랑이처럼 튼튼한 것인가?

몸이 아예 거부한 것일 게다. 


깨어나자마자..

아랫배는 더부룩 팍팍 더부룩 X 100

목구멍은 엄청나게 뜨거운 차를 마셔서 데어버린 후의 느낌이었다. = 이게 하루 종일 갔다. 겁나 아팠다.


다시는 여기서 하지 않으리라.


지난번 같은 곳에서 위내시경만 했을때는 아주 문제없이 깔끔했는데..

오늘은 무슨 약을 쓴걸까. 


다시는 여기서 하지 않으리라. 건강한 내 몸한테 고맙고 동시에 쑤심을 당하느라 고생한 내 몸한테 미안하다.

댓글